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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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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장석남의 詩 ]옛노트에서'中에서]



어디론가 먼 곳으로...
여행 떠나고 싶은 날,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우리의 옛 노트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고 있었던가.


이제는 닳아서 너덜너덜 해진 그리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


가슴 속에서 다시는 꺼낼 수 없는 그리움,
아무리 찾으려도 기억 나지 않는 얼굴 같은 그리움.
공중의 깃발처럼 홀로 울고만 있는 그리움,


"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肉身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天地에 모양 지울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되어 솟아 오는 것임을......"


그러나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불어도 울지 않고 울어도 닿지 않는
저 하늘의 아지랑이 같은
아지랑이 같은...


그러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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