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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허수아비 만들기 체험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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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학습을 유달리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주말이나 방학이면 여기저기 갈 곳을
미리 알아본 뒤에 소풍 가듯 그렇게 흥에 겨워 준비를 하고 나서길 즐겨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이웃으로부터 정보를 얻게 되어 친한 분들과 같이 떠나게 되었지요.
허수아비를 만들고, 삼겹살을 구워먹고, 염색도 한다는 말만 듣고도
아이들은 새로운 체험 학습거리에 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습니다.
두꺼비 생태체험학교를 찾아가는 길이 그리 간단치 않아서 먼저 도착한 분들로부터
전화도움을 받으며 도시를 벗어나 시골길을 덜컹이며 겨우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으로부터 먼 거리도 아닌데 먼 시골에 들어선 것처럼
산과 들에 포근히 앉아있는 두꺼비 생태체험학교.
아담한 교사에, 운동장의 울타리 없어도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 파란 하늘로
늘 피어오를 것 같은 정겹고 소중한 곳이더군요.
길 찾아 헤매느라 10여분이 늦어서 선생님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소중한 추억을 함께 가질 체험신청자 분들과 바로 쑥개떡 만들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조막손을 조물거리자 반죽은 금세 별이 되고, 꽃이 되어
맛있고 예쁜 쑥개떡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였지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느라 이리저리  남의 것을 응용도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여러 모양을 제법 만들었습니다.  

쑥개떡을 다 만들고 나서 엄마들의 사끼 꼬기 시합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이겨라~~를 외치며 열심히 응원을 하였는데 손바닥은 마음처럼
빨리 짚을 비비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어색한 자세로 열심히 꼬았지요.
농촌에서 자랐어도 논농사가 없었던 저는 잘 꼬기는 하였는데
길이가 짧아 등수에 못 미치는 부진한 결과를 냈습니다.
대신 동행한 언니가 1등을 하여서 제가 잘한 것처럼 아주 많이 기뻤답니다.

다음은 가족별로 허수아비를 만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팀은 지우네와 한 팀이 되어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를 만들 때 맨 처음 할 일이 옷을 입힌 다음 나무를 십자로 세워
못을 박는 것입니다. 아마 그냥 만들라고 했다면 못을 박은 다음
옷을 어떻게 입힐 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앉았을 텐데 크게 배웠지요.
우리 팀은 늘 보아오던 십자모양의 평범한 허수아비를 외면하고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팔 부분을 절단하여 팔 관절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애들 못 입는 헌옷을 가져와서 꼬마 여자아이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불어펜으로 아이들이 머리를 물들이고, 스텐실 기법으로 옷에 모양도 내고,
지푸라기를 꼬고 땋아 갈래머리도 만들어 주고, 웃는 얼굴로 그려준 다음
만세 부르듯 두 손을 위로 올리고 한쪽 다리도 들어 역동적인 표현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장 가장자리에 모두가 만든 허수아비를 세우고 점심시간을 맞았습니다.
초록이 지천인 산과 나무를 주위에 두르고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햇빛을 가득 받으며
평상에 모두들 둘러앉아서 삼겹살로 푸짐한 점심을 먹었지요.
평소보다 양껏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에 질세라 엄마들도 행복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사끼줄 돌리기를 하고 엄마들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해설하시는 선생님을 따라 걸으며 평소에 흔하게 보아오던 숲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지요.
길가의 소나무가 활엽수에게 햇빛을 빼앗기자 햇빛을 받으러 옆으로 기울어서 자라고,
햇빛을 양보하느라 위쪽의 칡잎들이 살짝 몸을 뒤척여주고,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다정하게 부부처럼 밤에 잎이 붙는 자귀나무,
잣나무의 잎은 다섯 개...등 억새와 갈대의 구별법도 배웠답니다.
자연의 오묘한 색과 섭리를 배우는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학교로 내려와서 모두들 염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흰 손수건에 빨간 물을 들이면서 나의 손도 빨갛게 물이 들었습니다.
작은 딸은 노란 물에 손을 넣어 주물럭거리자 노란 손이 되었구요.
천연염색을 한 손수건을 빨랫줄에 매달자 울긋불긋 손수건 단풍이 되었습니다.
개인마다 무늬도 달라서 여러 겹의 빨래줄 위에 걸린 손수건은
참으로 화려한 장관으로 제 사진 속에 살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허수아비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 팀이 1등을 하였습니다.
사실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움직임을 표현하라고 공평하게 힌트를 주셨는데
마침 그 힌트를 적용한 팀이 우리 밖에 없어서 심사에 크게 작용한 거 같습니다.
상품으로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귀한 감잎차를 받았습니다.
사끼줄 꼬기 1등한 언니도 같은 감잎차를 받았지요.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전에 만든 쑥개떡 시식도 하였답니다.
출출한 간식 시간이라 아이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쫄깃한 쑥개떡이 아주 맛있었습니다.
토요 휴업일에 애들 데리고 좋은 체험하면서 상품도 받고 정말 신나는 하루였네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힘을 쏟지만 체험학습의 기회도
늘어나 과학관, 미술관, 음악회 등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길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뛰놀 수 있는 체험공간이 가까이 있지 못해
늘 안타까웠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생태체험학교가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연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생태체험학교 선생님을 만나
생명을 노래하고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며 지혜로운 미래의 주인공이 되도록
들꽃을 관찰하고 나비를 쫓으면서 가슴 가득 자연을 담고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두꺼비 생태체험학교에서 봉사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시월의 마지막 날  이 정양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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