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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쌓인 눈을 뚫고 노란 복수초가 피어오르면
봄이 온 것이다.
곧 이어 논두렁 밭두렁에는 냉이와 고들빼기, 쑥 등이
돋아날 것이고 논둑이나 얼음이 녹은 웅덩이엔 동면을
마친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울어댈 것이다.
실개천에는
얼음이 풀리고 피라미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할 것이다.
산수유, 진달래, 철쭉 등이 차례차례 동네 산을 물들일
것이고 산을 오르면 봄볕에 졸고 있던 산꿩이나 고라니들이 인기척에 놀라서 후다닥 달아 날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있는 마을에서는
개나리가 병아리 같은 노랑색 현수막으로 담장을 덮을 것이고, 백목련 자목련은 나란히 그늘을 드리면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생각나게 할 것이다.
조팝나무는 하얗게 분단장을 하고 이웃에 자리한 짙은 루즈 빛깔의 명자꽃과 함께 화려한 봄옷 패션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텃밭에는 온갖 채소들이 무성하게 자랄 것이다. 슬리퍼를 끌고 텃밭에 나가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운 상추나 깻잎 등을 따서 바로 된장에 찍어 먹을 것이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돋아나는 잡초를 나오는 대로 계속 뽑아댈 것이다. 무성하게 자란 잔디를 잔디깎기로 밀고 나가면 기계이발할 때처럼 마당에 골이 지면서 풋풋한 풀
냄새가 날 것이다.
마당 한 쪽에서는 은방울꽃이나 제비꽃, 애기 현호색, 각시붓꽃, 할미꽃 등이 봄바람에 흔들리면서 수런수런 수다를 떨 것이다.
이웃 아줌마들은 방금 캐온 싱싱한 산나물로 끊인 국이나 전 등을 먹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새벽에 잠이 깨면 방안 가득히 들어와 있는 달빛도 볼 것이다. 가끔은 마당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반딧불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복수초가 피면 봄이 온 것이다.
봄이 오면 온갖 꽃들과 채소들이 피어나고 땅위를 달리는 짐승들도, 하늘을 나는
새들도 마음껏 새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하루하루의 봄을 아끼면서 온몸 가득히 봄을 채울 것이다.
이윽고 나에게 허락된 봄의 총량 중에서 '하나의 봄'
이 세월처럼 빠르게 영원 속으로 흘러가 버릴 것이다.
매일경제의 최재덕님 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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